명문 보딩 스쿨을 가다- 경향신문

2010.03.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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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한다

 

"로렌스빌에서 배웠던 사고방식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우리는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토론을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모든 선생님은 우리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교실뿐 아니라 캠퍼스에서, 운동장에서 그리고 집에서조차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은 각자의 사고가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것을 배울 가치가 있습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는 로렌스빌을 방문해 졸업생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로렌스메달을 수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로렌스빌은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중요시한다"면서 이러한 사고가 자신의 인생과 연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아이비리그에만 무려 60명 입학

 

미국 뉴저지의 프린스턴에 자리 잡고 있는 로렌스빌 스쿨(Lawrenceville School)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한다. 즉 끊임없는 탐구 정신, 진취적인 마인드,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립심을 가진 학생들을 길러내는 데 교육의 목표를 두고 있다. 학교와 교사들은 학생들이 이런 능력으로 무엇을 성취했는지 관심을 가진다. 달리 말하자면 이런 덕목은 이 학교에 입학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1810년에 설립된 로렌스빌 스쿨은 당초 여학교로 출발했는데 1987년부터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 고등학교로 9~12학년이 재학 중인데 학생 수는 794명이다. 264만㎡(80만 평) 규모의 광대한 캠퍼스를 자랑하는 로렌스빌은 현재 미국 사립학교에서 상위 10위권에 들 정도로 명문학교로 통한다. 인근에 있는 프린스턴대학교와 함께 이 지역을 상징하며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2007년에 졸업생 220여 명 가운데 아이비리그에만 무려 60명이 들어갔다. 프린스턴대에 16명이 입학한 것을 비롯해 하버드대 10, 컬럼비아대 11, 펜실베이니아대 6, 예일대 5, 다트마우스 칼리지 1, 코넬대 7, 브라운대 4명 등이다.

 

로렌스빌 스쿨이 있는 미국 동부지역은 명문학교들이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로렌스빌 스쿨이 있는 뉴저지 주는 학군이 좋아 미국에서도 인구 밀도가 가장 높다. 교육여건과 환경이 좋은 반면 집값과 물가, 교육비가 가장 비싼 곳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자녀가 유학을 하는 한국 학부모들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녀들을 명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학교별로 한국 학부모회가 있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자식 뒷바리지에 애쓴다.

 

그렇지만 명문학교마다 부모들의 자식사랑이 지나쳐 아이를 망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스포일 키즈(spoil kids)'라고 한다. 버릇 없이 키운 아이들은 배려할 줄 모르고 이기적인 인간이 되고 만다. 한국 학부모들 가운데 스포일 키즈로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로렌스빌 스쿨은 이런 스포일 키즈를 예방하기 위해 인성교육을 강화하는데, 캠퍼스 청소하기, 식당서 접시닦기 등 궂은 일을 하게 하고 이를 점수제로 평가한다.

 

로렌스빌을 방문하던 날 때마침 '학부모의 날(Parent's Weekend)'이어서 캠퍼스는 학부모로 붐볐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학부모들의 열기를 막을 수 없었다. 이 학교 캐빈 매팅글리 교무주임은 학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느라 혼쭐이 났다.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가" "학생들이 상담시간이 적어 불만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을 해도 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친다고 한다. 교사들이 학생의 질문에 성실하게 응할 수 없는가" 등 학부모들의 관심은 시종 뜨거웠다.

 

학생과 교사, 멘토 시스템으로 연결

 

매팅글리 교무주임은 "멘토 시스템을 운영해 학생과 교사가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학업 성취도를 점검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마스터 튜터(master tutor)제가 있어 20년 이상 경험이 있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소개했다.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도 소개했다. 이는 학생들이 올바른 학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아카데믹 코디네이터라고 한다. 학생이 학과목을 이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경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방안을 조언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의 학과목 수강사항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면서 학부모를 안심시키기에 바빴다.

 

이날 학부모의 날 행사에는 한국에서 온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로렌스빌 스쿨에는 교포 자녀를 제외한 순수 한국 유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연간 43000달러 정도(보딩비 포함)의 학비도 많지만 그보다 입학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학부모들은 "9학년이나 10학년에 들어가려면 대부분 공립학교에서 충분한 영어실력을 쌓고 다양한 스포츠 활동 등을 해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의 경우 다행히 10학년에 13명이 지원해 7(교포 자녀 포함)이 합격했다고 한다.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들이 한 국가의 학생을 많이 뽑지 않는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다. 다양한 국가의 학생을 뽑아야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을 할 수 있지만 특정 국가의 학생이 많으면 다양성의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 예를 들면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학생은 학업 능력이 좀 부족해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학교 방침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고 한다. 로렌스빌 스쿨은 외국 유학생 비율을 8%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들은 대개 10% 정도다.

 

수업 따라가기 위해 미국서도 과외

 

한국 학생은 로렌스빌 스쿨에 들어오기 전에 대부분 공립학교 등에서 부족한 영어 능력을 키운 후에 들어온다고 한다. 어렵게 들어와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10학년생인 박유나 학생의 경우 로렌스빌 스쿨에 들어와 1년 동안 적응하는 데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학교와 학생이 서로 '궁합'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9학년인 전유나 학생은 필립스 엑시터와 필립스 아카데미(앤도버)에도 합격했지만 로렌스빌 스쿨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들 학교가 수학과 과학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필립스 엑시터의 경우 심지어 수학이나 과학도 토론식 수업을 하는데 학교를 선택할 때 이러한 수업방식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의 경우 토론 위주의 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기 때문이다. 전양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중시하고 자신만의 방식을 존중하는 로렌스빌 스쿨이 마음에 들어 이 학교를 택했다고 한다. 또한 교사의 강의와 토론식 수업을 적절하게 혼합한 수업방식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반면 공립학교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교사가 강의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많다.

 

또 한국 학생이 몇 명인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로렌스 스쿨의 경우 유학생을 8%로 제한해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외국 학생이 20%를 넘는 학교도 있다. 뉴저지의 명문 사립학교인 페디스쿨(Peddie School)은 한국 유학생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가이드가 귀띔해주었다.

 

로렌스빌 스쿨을 비롯해 대부분 명문학교에서는 학업뿐 아니라 봉사활동과 스포츠를 공부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 방과 후에 서클에 들어가 하는 스포츠를 '하우스 스포츠(House Sports)'라고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 한 종목씩 운동을 해야 한다. 주말에는 다른 학교에 가서 게임을 치른다.

 

이날 '학부모의 날'을 맞아 비가 오는데도 럭비게임을 했고 실내 체육관에서는 수중배구 등 각종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로렌스빌 스쿨에서는 다른 사립학교에 없는 종합 실내 체육관이 돋보였다. 중앙의 실내 운동장을 중심으로 수영장, 농구장, 배구장 등 각종 체육관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거의 모든 종목을 망라하고 있을 정도로 체계적인 종합 실내 체육시설이었다. 너무 부러울 정도의 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의 태릉선수촌도 그 정도는 아닐 듯싶었다.

 

실내 체육관 수영장에서는 수중 배구게임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 옆의 배구코트에서는 게임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우연하게 한국에서 유학온 김민지(10학년)양을 만날 수 있었다. 관중석에는 한국에서 달려온 어머니가 지켜보고 있었다. 김양은 4년 전 미국에 유학을 와 학교생활에 적극적이었다. 미국 학생에 비해 신체조건이 불리한 한국 학생이 배구선수로 활동하려면 여간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양은 중학교 때부터 배구뿐 아니라 필드하키, 배구, 조정(크루) 6개 종목을 이수했다. 필드하키는 주장을 지냈다. 성적도 늘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어머니는 한국 유학생들은 미국에서도 과외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업이나 SAT에 대비하기 위해 너나없이 과외를 하는데 과외비가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한다. 여름방학 6주 코스에 무려 300여 만 원이나 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명문학교는 똑똑한 학생들이 즐비하고 토론을 위해 예습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수업에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방학 때면 영어 에세이나 수학 등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기 위해 과외를 한다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에다 과외비까지 합치면 한 해 들어가는 비용만 최소 5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유학을 보내면 과외도 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공부해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학부모가 있는 곳이면 한국식 과외가 있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공부하랴 운동하랴 애쓰는 아이가 때로 안쓰럽기도 해요. 그래도 아이가 유학생활에 만족해 하는 것 같아 그나마 위안이 되지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학부모의 고민은 끝이 없었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 학부모나 학생이 처한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의 최고 명문학교에서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학업에 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코끝이 찡해왔다.

 

미국의 한국 조기 유학생 실태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한국 조기 유학생이 4만여 명(대학생 이상 포함하면 10만여 명으로 유학생 수에서 세계 1)에 이른다. 비공식적으로 부모의 유학 비자로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 등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조기 유학생이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에 들어가는 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학교마다 한국 유학생 입학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원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명문 사립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공립학교나 수준이 떨어지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뉴저지의 한 학원에서 명문 사립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SSAT(사립학교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조기 유학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유학생이 한국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부모의 권유로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권시윤 학생은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지난해 9월 미국에 왔다. 뉴저지의 이스턴 크리스천 하이스쿨에 다니고 있는데, 이 학교에 한국 학생이 20명에 이른다. 영어 능력이 달려 애를 먹고 있는 권군은 미국 학생들이 때로 지나가는 말로 놀리기도 해 마음 고생이 심하다. 대부분 초기 유학생들이 겪는 것처럼 영어 능력 부족에다 마음고생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박지선양은 권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호주에서 2년 반 동안 유학을 하다 이곳으로 왔다. 중학생인 이지민 양은 IHM미들스쿨 8학년생인데 캐나다 밴쿠버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유학한 적이 있다. 1 때 한국으로 갔다 중3 때 미국으로 다시 유학을 왔다.

 

뉴저지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교포 강씨는 "미국 조기 유학의 성공은 철저한 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 학부모들은 '미국에 일단 보내고 보자'며 막연하게 생각하고선 자녀의 영어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보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학부모들이 자녀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명문 학교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명문학교는 미국에서도 수재들이 모이는데 그곳에서 영어 실력이 안 되면 견뎌낼 수가 없다. 명문학교에 들어갈 실력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명문학교가 아니라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국적인 명문학교는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이름난 명문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 학교에 한국인 유학생이 거의 없다면 공부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부모의 '일류 학교병'이 자칫 자녀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미래를 어둡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가 선정한 미국 10대 명문 사립학교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y) : 1781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1002, 교사 비율 1:5, 기숙학생 84%, 지원 마감 1 31

 

●세인트폴스 스쿨(St. Paul's School) : 1856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511, 교사 비율 1:5, 기숙학생 100%, 지원 마감 1 15

 

●필립스 아카데미(Phillips Academy) : 1778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1100, 교사 비율 1:6, 기숙학생 74%, 지원 마감 1 15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 : 1797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599, 교사 비율 1:6, 기숙학생 83%

 

●그로턴 스쿨(Groton School) : 1884년 설립, 812학년, 학생 수 343, 교사 비율 1:5, 기숙학생 90%,

 

●노스필드 마운트 허먼 스쿨(Northfield Mount Hermon School) : 1879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1139, 교사 비율 1:7, 기숙학생 82%

 

●초트 로즈메리 홀(Choate Rosemary Hall) : 1890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828, 교사 비율 1:7, 기숙학생 73%

 

●호치키스 스쿨(The Hotchkiss School) : 1891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557, 교사 비율 1:5, 기숙학생 93%

 

●폼프렛 스쿨(Pomfret School) : 1894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307, 교사 비율 1:5, 기숙학생 70%

 

●케이트 스쿨(Cate School) : 1910년 설립, 912학년, 학생 수 254, 교사 비율 1:5, 기숙학생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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