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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란 음악은 무엇인가?

2012.01.1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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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란 음악은 무엇인가?

대전 부르스, 무정 부르스, 영동 부르스..우리 가요중에는 이처럼 부르스란 용어를 제목으로 삼고 있는 노래들이 많다. 일본식 영어 라는  심증이 짙은 이 용어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노래들은 대부분 진짜 부르스, 즉 블루스(blues)와는 너무나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서양의 대중음악이 유입되면서 음악적 형식과 그 속에 내재된 정서가 심하게 왜곡된 경우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블루슨 개념 자체가 완벽하게 오해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대개 빠른 춤곡에 대조되는 템포의 춤곡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블루스 또는 부르스란 단어를 캬바레나 나이트 클레에서 나오는 느린 템포의 음악에 맞춰 남여가 짝을 지어 추는 춤의 의미로 사용한다. 그만큼 블루스란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이야기다.


블루스란 어떤 음악인가?


불루노트 5음계로 이루어진다거나 슬라이드 기타 주법을 사용한다 등의 전문용어가 뒤섞인 사전적 설명보다 에릭 클랩튼의 원더풀 투나잇을 떠올리는 것이 보다 이해가 빠를 듯한다. 축축 늘어지는 기타, 꺼칠꺼칠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보컬이 블루스의 형식적 특색을 잘 보여주는 곡이기 때문이다.최근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모았던 기타리스트 게리무어나 더 메시아 윌컴 어겐 으로 널리 알려진 로이 부캐넌은 보다 더 블루스의 원형에 충실하다.물론 비비 킹 이나 존리 후커, 스티브 레이본등 거장들의 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쉽게 블루스를 이해할 수 있다. 블루스(blues)는 형용사 블루(blue)에서 파생된 말이지만 우울하다는 우리말 번역으로는 어딘지 설명이 부족 한 듯한 정서를 담고 있다. 블루스의 기원은 금세기초 미국 남부의 농장지대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에 있다.고된 노동의 시름과 경제적 궁핍, 신분적 제약에 따른 한과 절망을 흑인 노예들은 극히 단순한 형식의 음악, 그래서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부를수 있는 쉬운 노래로 달랬다. 그것이 블루스의 모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블루스가 반드시 늘어지고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장례식에도 어울려 춤을 추고 행진곡을 연주하는 흑인들의 낙천적인 기질은 경쾌하고 흥겨운 리듬으로 변형시킨 블루스를 통해 한을 승화 시키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렇게 탄생한 블루스는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현대 대중음악의 뿌리가 됐다.남부 농장지대에서 시카고로 북상, 도시화된 블루스에 흑인 생리의 리듬감을 첨가해 흐느적 거리는 느낌을 강조하고 세련된 화음을 입혀 가다듬은 것이 리듬앤 블루스 이고 백인 음악인 컨트리와 결합한 것이 로큰롤이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에서 탄생한 재즈에도 블루스는 깊숙이 침투해 있고 흑인의 수난이 어려 있다는 솔(soul) 음악도 블루스 정서에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개념 에서 부터 오해를 빛고 있는 국내의 현실에선 블루스의 음악사적 중요성이나 미학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대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 일지 모른다.그 때문에 한국의 블루스맨들은 고독하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고독이 오히려 그들의 연주를 더욱 블루스답게 한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블루스를 고집하는 사람의 숫자는 적어도 많은 락 가수 연주인들이 음악적 뿌리를 블루스에 두고 있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우리 가요 중에도 블루스로 분류될 수 있는 히트곡이 적지 않다. 국내 가요계에 블루스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이후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미8군 무대에서 연주활동을 펼쳤던 직업 음악인들이 블루스의 여향을 강하게 받았던 것이다.한국 록의 대부로 평가되는 신충현도 그런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는 비 정통 블루스 곡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60년도 블루스 리바이벌을 주도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에게 강한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틈틈이 후배들과 함께 잼(즉흥연주)을 벌인다.사랑과 평화 최이철은 어머님의 자장가 겨울바다등 블루스적 색채가 강한 곡을 별표했다. 또 양병집 이정선등 통기타 가수들은 포크락 블루스가 혼합된 포크 블루스 음악들을 내놓았다.이정선의 78년작 건널 수 없는 강 은 거의 완벽하게 블루스를 소화한 곡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의 블루스를 이야기 할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뭐니뭐니해도 신촌 블루스다. 엄인호와 이정선을 주축으로 86년에 결성된 신촌블루슨는 사실상 처음으로 블루스를 대충화했고 한영애, 김현식, 정경화등 탁월한 보컬 리스트들을 배출했다. 지금 까지 꾸준히 라이브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신촌블루스는 루씰 그대 없는 거리등 정통 블루스곡과 신중현의 봄비를 블루스로 재해석 하기도 했다.초창기 신촌 블루스의 멤버엿던 한영애에겐 한국의 제니스 조플린 이란 별칭이 따라 다닌다. 그의 활동 영역은 포크, 록 , 재즈등 전방위에 걸쳐 있지만 목소리 색깔 자체가 블루스에 가장 어울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누구없소, 코뿔소 등에서 보여지는 블루스 창법은 가위 독보적이다.오랫동안 언더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윤명운은 초기 신촌 블루스에 참여했고 한영애의 누구없소를 작곡했던 블루스맨 889, 91년 두차례 음반을 완성했다가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히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봄 발표한 그의 독집음반 블루스 하우치랙 부르스를 위한 블루스 등을 부른 그는 가장 미국적인 음악 어법으로 가장 한국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재능을 발휘했다. 이들이 순수 국내파라면 김목경, 한상원, 채수영등은 해외파 블루스맨 김목경은 6년간의 영국 유학기간중 블루스에심취 거리의 악사 생활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외곬로 최근 활발한 공연활동으로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김목경의 공연에서는 손가락에 보틀넥 이라 불리는 긴 반지를 끼고 기타넥을 종횡무진 하는 슬라이드 주법을 감상할 수 잇다. 록에 가까운 블루스를 들려주는 그는 에릭 크랩튼에게 바치는 곡 미스터 에릭 클랩튼 이란 곡을 내기도 했다.버클리 음대 출신의 한상원은 흔히 퓨전재즈 연주라로만 알려져 있으나 실은 블루스 곡에서 진가를 발휘 하는 기타리스트다.그의 1집에 담긴 윌의 블루스 , 그대모습은 등과 지난해 정원영과의 조인트 콘서트에서 선보인 솔리튜드등이 이를 입증한다. 고난도의 테크닉과 함께 영적인 느낌(feeling)이 짙은 연주를 보여준다.채수영은 홍콩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돌아와 서울 이태원에 있는 국내 유일의 블루스 클럽 저스트 블루스에 출연하고 있는 정통파.언더그라운드에서만 활동 하고 있지만 이미 명성이 자자한 그는 지미 헨드릭스, 스티브 레이본, 에릭 클랩튼 , 비비 킹의 곡을 주로 연주한다. 틈틈이 만들어둔 자작곡을 모아 곧 음반을 낼 예정이다.이밖에 인기 록 가수 강산에와 윤도현은 창법 자체가 블루스 록의 영향을 깊이 받았고 심심찮게 로큰롤과 블루스가 혼합된노래들을 들려준다. 강산에의 2집에 담겨 있는 문제(원제 돈)는 그런 영향을 대표하는 곡이다.흑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던 블루스 음악은 우리네 전통 음악과도 많은 관계가 있다.외적인 것은 물론 이거니와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적인 면이다(기타리스트 한상원) 많은 음악인들이 블루스 음악은 우리 전통 음악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음악속에 내재된 슬픔, 한과 애환의 정서가 일맥사옹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그것은 미국으로 강제 이주 되어 채찍을 맞아가며 고된 노동을 강요당했던 노예들의 경작과정에서 불려진 노동요에서 비롯된 블루스의 발생과정과 관련이 깊다.굳이 비유 하자면 흑인노예들의 아리랑 이랄까.초기 블루스의 선창 후창은 지금은 기타 하모니카등의 악기가 주고 받는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이는 우리 전통 음악 가운데 상여소리나 농요의 매기고 받는 양식과 비슷하다. 음악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5음계를 사용한다는 점이 국악 음계와 비슷하다.물론 블루스에서 사용하는 음계는 서양의 이른바 블루노트 5음계 라해 국악 음계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음계에 바탕을 둔 처량하고 구슬픈 느낌의 멜로디 전개가 우리 귀에 어느정도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블루노트 5음계는 통상적인 5음계에서 제2음과 2제4음을 반음 내린 변형음계로 이때문에 피아노로 연주하기가 무척 힘들다.우리 민족은 체질적으로블루스와 친숙하다는 김목경의 지론은 이처럼 음계와 그 속에 담긴 정서상의 유사성을 지적한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블루스와 우리 전통 음악과의 크로스 오버를 실연 사례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다만 지난 5월데 열렸던 젊은 음악회 공연에서 한충완이 주축이된 퓨전그룹 드라이빔이 구전 민요 새야새야를 변주한 연주곡을 선보였는데 이때 한상원의 블루스 기타 연주가 전통민요의 가락을 모티브로 한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이와같은 크로스오버의 시도는 젊고 실험적인 음악인들이 한번쯤 연구해 볼만한 과세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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